김관진 구속영장 또 기각에 검찰의 직권남용죄 '남용' 논란

입력 2018-03-07 18:32  

직권의 개념 모호해 과거엔 자제
"새 정부 들어 무차별 적용" 지적
공무원 '변양호 신드롬' 팽배 우려



[ 이상엽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자 ‘직권남용죄’ 남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풀려난 바 있는 김 전 장관을 또다시 직권남용으로 몰아간 것은 오히려 검찰의 ‘직권 남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권의 경계가 모호해 입증이 어려운 대표적인 혐의로 꼽히는 직권남용죄를 검찰이 신중한 법리 검토 없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는 우려다.

직권남용죄의 정확한 명칭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범죄가 성립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직권남용으로 지난 5년 동안 입건한 사건은 연평균 1000여 건이지만 이 중 기소가 이뤄진 비율은 2%대에 그친다. 직권남용죄는 일반적으로 뇌물죄 배임죄 등과 병합돼 다뤄진다. 직권남용죄만으로 구속기소된 사례는 한 해 평균 4건 정도에 불과하다. 또 재판에 넘겨져도 무죄 선고율이 높고 유죄로 판단돼도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이런 탓에 검찰에는 전통적으로 직권남용죄 적용을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은 엄격한 인과관계와 확실한 증거가 입증되지 않는 한 적용을 꺼린다”며 “설사 기소한다 해도 내부에서 ‘부실 수사의 방증’이라고 눈총을 받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국정농단’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016년부터 상황이 변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시작으로 국정농단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1명 중 절반에 달하는 15명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이 중 13명이 구속됐다.

검찰의 직권남용죄 활용은 새 정부 들어 더 두드러지는 조짐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구속), 전병헌 전 정무수석(기각), 원세훈 전 국정원장(구속), 김재철 전 MBC 사장(기각),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구속 기소 후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구속) 등 여러 고위직의 처벌 근거로 직권남용죄가 동원됐다. 행정부처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의 불법적 행위를 가려내는 데는 대찬성이지만 요즘은 정치적으로 직권남용죄가 남발된다는 느낌”이라며 “공직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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